김희준시집 언니의나라에선누구도시들지않기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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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내가 읽은 시/내가 읽은 시집 2020. 11. 23. 14:46
표제 시 친애하는 언니 유채가 필 준비를 마쳤나 봐 4월의 바람은 청록이었어 손가락으로 땅에 글씨를 썼던가 계절의 뼈를 그리는 중이라 했지 옷소매는 죽어버린 절기로 가득했고 빈틈으로 무엇을 키우는지 알 수 없었어 주머니에 넣은 꽃잎을 모른 체했던 건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박음질이 풀릴 때 알았지 실로 재봉된 마음이었다는 걸 의사는 누워 있으라 했지만 애초에 봄은 흐린 날로 머무는 때가 많았지 벚꽃과 유채가 엉킨 들판에 어린 엄마와 어린 언니가 있어 놀이기구가 안개 속에 숨어 있었던 거야 숨바꼭질을 좋아하던 언니가 이불과 옥상과 돌담 그리고 유채꽃과 산새와 먹구름 속으로 달려가는 한때 비가 내리고 물의 결대로 살 수 없다면 늙지 않은 그곳으로 가자 소매 안에 훔쳤던 벚나무에 대해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