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시집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
문태준 :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내가 읽은 시/내가 읽은 시집 2020. 11. 23. 11:25
표제 시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당신은 나조차 알아보지 못하네 요를 깔고 아주 가벼운 이불을 덮고 있네 한층의 재가 당신의 몸을 덮은 듯하네 눈도 입도 코도 가늘어지고 작아지고 낮아졌네 당신은 아무런 표정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네 서리가 빛에 차차 마르듯이 숨결이 마르고 있네 당신은 평범해지고 희미해지네 나는 이 세상에서 혼자의 몸이 된 당신을 보네 오래 잊지 말자는 말은 못하겠네 당신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네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을 보네 기억하고 싶은 시 우리는가볍게 웃었다 시골길을 가다 차를 멈추었다 백발의 노인이 길을 건너고 있었다 노은은 초조한 기색이 없었다 나무의 뿌리가 뻗어나가는 속도만큼 천천히 건너갈 뿐이었다 그런다 노인은 내 쪽을 한번 보더니 굴러가는 큰 바퀴의 움직임을 본떠 팔을 내두르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