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붉은빛이여전합니까 창비시선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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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붉은 빛이 여전합니까내가 읽은 시/내가 읽은 시집 2020. 12. 2. 22:27
표제시 붉은 빛 뽈찜을 먹습니다 대구는 볼을부비며 사랑을 나누는 버릇이 있다지요 한때 저도 그러하였습니다 이쁜 것이 보이면 먼저 볼을 부비고 싶었지요 볼에 불을 일으키고 싶었지요 볼이 떨어져나갈 듯 치운 날이었어요 大口처럼 벌어진 진해만과 가덕만 사이 한류와 난류도 볼을 부비면서 살이 오르는 곳 동백처럼 탱탱 언 볼에 감아드린 목도리도 제 살갗이었습니다 동해 시린 물을 맞던 남해 물결이었습니다 대구 알처럼 붉은 빛이, 당신 볼에도 여전합니까 기억하고 싶은 시 풀과 양들의 세계사 풀이 사관이다 사초(史草)니까 역사의 주인은 풀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굳건한 성채인들 풀이 정복하지 않은 성이 없다 풀은 국경선을 뒤흔들고 넘나든다 풀이 가지 못할 곳이 어디인가 풀이야마롤 사마천 뿌리를 뽑는다 한들 궁형의 치욕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