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휘시인 용서를배울만한시간 문학동네시인선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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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휘 :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내가 읽은 시/내가 읽은 시집 2020. 11. 23. 13:06
표제 시 백일홍 병원에서 준 소염제를 열흘 먹었더니 깊은 잠을 자는 며칠이 되었다 어딘가의 염증과 부스럼을 이제는 내 몸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없도록 창문에 비가 스미는 하오 사람들은 내 얼굴이 좋아졌다고 했다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얼굴이 서로를 다독거리고 늘어진 옷에 몸을 함께 들이민 가을과 저녁이 서로를 어루만진다 창밖의 백일홍은 겨드랑이마다 새 가지를 밀어 내 여름 내내 꽃을 피췄는데도 지지도 못하고 마르며 여태 피어 비를 맞고 있다 석 달 열흘은 옹이 몇 개쯤 지닐 만한 순간 그리고 다가올 폭설의 날들은 내다볼 멀리도 없이 제 몸을 핥는 꽃에게서 차례없이 시든 잎들에게서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기억하고 싶은 시 풍경이 되고 싶다 언젠가 이 집을 떠날 때 한 가지만 가지고 가라 하면 나는 북쪽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