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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독서수업 사례 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톨스토이)독후활동 - 질문하기 2020. 10. 18. 13:49728x90
가을 치고는 좀 쌀쌀한 날씬데 한 아이가 반바지를 입고 왔다.
안 춥냐고 물었더니 춥다고 한다. 그럼 왜 그렇게 입었냐고 물으니
급하게 오느라 눈에 보이는 걸로 입어서 그렇다고 한다.
요즘 중간고사 기간이라 학생들이 좀 지쳐있다. 그래도 독서수업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이 수업의 효용성을 믿는 부모들이 뒤에 있어서다.
수업 시작은 매번 시 읽기다. 처음엔 내가 책 내용과 연관된 시를 찾아서 함께 읽곤 했는데
이게 체계적인지 못한 것 같아 지금은 위에 있는 책에서 찾아 읽는다. 오늘은 《국어시간에 세계시 읽기≫에 있는 시 중 <독수리>와 <비가 내린다> 두 편을 읽었다. 일부러 크게 소리 내어 읽게 하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읽기에 자신감이 생긴다.
독수리/앨프리드 테니슨
굽은 손으로 바위를 움켜쥐고
태양 가까이 외로운 땅
짙푸른 세계 한가운데 그는 서 있다
주름진 바다가 저 아래 스멀거린다
그는 산의 절벽 위에서 지켜보다
번개처럼 낙하한다
2연 6행으로 된 짧은 시다. 독수리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시여서
이럴 땐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읽자고 한다. 용맹하면서 자유로운 독수리의 고독한
삶을 순간적으로 잘 포착한 내용은 학생들도 공감한다. 시간이 더 있으면 모방시를 써도 좋을 내용이지만
오늘은 슬쩍 읽고 지나간다. 이런 시 읽기는 학생들에게 콩나물에 물 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교과서에 수록된 시라면 조금 더 자세하게 짚어준다.
오늘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바탕으로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수업 내용을 채웠다. 미리 책을 읽어오라고 했지만 꼭 안 읽는 학생이 있다. 이럴 땐 짧은 내용이면 읽을 시간을 충분히 준다. 오늘 역시 한 학생이 시험 핑계를 대며 안 읽었다고 해서 20분 정도 독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학생들은 뒤에 있는 단편 읽기를 했다. 독서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모두 열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그 중에서 세 가지 질문을 소개해본다.
1. 이 단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다양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텔레파시를 교환한 것처럼 같은 내용을 말했다. 세묜이 미하일에게 자신의 옷을 주고 집으로 데려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도 가난한데 미하일을 도와주는 태도에 감명받았거나 자신이라면 하지 못할 일이라서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2.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누가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지금 코로나19시대에 살고 있다는 실감을 느낄 수 있는 답이 나왔다.
*버스 기사나 택시 기사분들이 힘들어 보여서 도움을 주고 싶다.
*마스크가 없어서 버스를 타지 못하는 사람에게 마스크를 주고 싶다. (늘 여분 챙겨다님)
*버스카드에 충전액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대신 버스비를 내줄 수 있다.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 그분들이 힘들어 보여 힘을 보태주고 싶다.
* 난쟁이 가족들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지난 독서수업과 연결) 등등
3.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목표를 정해봅시다.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싶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
-남자 친구를 만나고 싶고 연애를 하고 싶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봉사의 삶을 살고 싶다 등등
중간에 있는 다른 질문은 책 내용이어서 건너뛰었다. 수업이 90분이기 때문에 학생들
상태를 봐서 5분 정도 휴식시간을 준다. 눈꺼풀이 무거웠던 학생들도 이 시간만큼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별처럼
눈빛이 반짝거린다. 여기까지 오면 대략 한 시간이 조금 넘는다.
나머지 시간은 책 속에 있는 짧은 단편 <일리야스> (8쪽 분량)로 독서퀴즈 만들기를 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질문 만들기를 해보는 것이다. 답은 상관하지 말고 만들어보라고 했더니 20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이것을 하는 이유는 질문하는 능력을 통해 학생들의 현재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이 질문은 모아서 좋은 질문을 10개 정도 뽑아 다음 수업 시작할 때 학생들과 풀어본다. 이것을 반복하면 정독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다음에 읽을 분량을 정해주고 수업을 마친다. 늘 아쉬움이 남지만 그것이 다음 시간을 알차게 해주는 받침돌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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