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동네시인선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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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내가 읽은 시/내가 읽은 시집 2021. 1. 11. 14:08
시인의 말 좋아하는 시가 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오다말다 가랑비 가을 들판에 아기 염소 젖는 들길 시오리 개다 말다 가을비 두메 외딴 집 여물 쑨 굴뚝에 연기 한 오리 -작가미상- 오래전부터 나는 이 시를 부적처럼, 경전처럼 여겨왔다. 이 시에는 내가 생각하는 시의 가치가 다 담겨 있다. 2019년 10월 사윤수 표제시 그 겨울 저녁 무렵 허공에 까마귀 떼가 서부렁 섭적 세발랑릉 흑랑릉 날아들어 섬마을 수평선에 눈썹을 걸고 있던 그 겨울 저녁 무렵, 까마귀 떼가 허공에 가맣게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모였다가 나부룩 흩어지고, 싸목싸목 모였다가 순식간에 흩어지는 새떼. 흩어질 때는 누가 해바라기 씨 한 웅큼씩을 휙휙 허공에 뿌리는 거 같고 모일 때는 커다란 마른 고사리덩이 같았다. 그러나 그 덩이는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