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시인 아픈천국 이영광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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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천국/ 이영광내가 읽은 시/내가 읽은 시집 2020. 12. 18. 20:56
표제시 아픈 천국 101동과 103동 사이 탄환처럼 새들이 빠져나간 자취가 몇가닥 활로 같다. 세들어 사는 자의 까칠한 눈으로, 나는 내가 먼 빛의 명멸을 봤다는 생각이 든다. 쨍한 무심결의 일순, 아연실색할 악착이 유리 같은 불안이 심중에 없었다는 것. 그리고, 깃털처럼 파란이 남아 아물대는 허공. 눈 그친 뒷산 잡목숲이 생가지 분지르는 소리 이따금씩 들려오고 놀던 아이가 별안간 넘어져 크게 울고, 젊은 어머니가 사색이 되어 뛰어나오기도 한다. 다친 몸을 더 다친 마음이 새파랗게 여미어 안고 간다. 실직과 가출, 취중 난동에 풍비박산의 세월이 와서는 물러갈 줄모르는 땅 고통과 위무가 오랜 친인척관계라는 곤한 사실이야말로 이생의 전재산이리라. 무릎 끓고 피 닦아주던 젖은 손 울던 손. 사색이란 진실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