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호시집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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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호 :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내가 읽은 시/내가 읽은 시집 2020. 11. 25. 05:50
표제 시 거울아 거울아 1. 의자 위에 수건 한 장이 걸쳐 있다 의자는 수건에 짓눌려 있지만 그 무게를 모른다 의자를 슬쩍 빼내어도 수건은 아랑곳없이 그 자리를 지킬 듯이 고요하고 단단하게 굳어 있다 거울만 바쁜 댄스 연습실 2. 수건이 닦고 지나간 눈이며 입이며 귀가 침묵을 학습할 것처럼 저 수건이 품고 간 알몸과 맨발이 비밀을 훈련한 것처럼 젖는 것을 전수받는 오랜 습관처럼 숭고한 침묵을 주무르며 손을 닦는다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3. 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져서 수건은 칙치하고 은밀하게 말라간다 침묵이나 비밀과도 무관한 의자 위에 수건은 단지 정물화처럼 거기 걸쳐진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거울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비밀 아니 것도 비밀인 채로 흘러 나오고. 기억하고 싶은 시 병을 나눠먹는 순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