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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내가 읽은 책 2023. 9. 1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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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뫼비우스의 띠>로 시작해 <에필로그>로 끝난다. <뫼비우스의 띠>에 등장해 고3 학생들에게 교과 밖의 이야기를 해주는 수학 교사는 <에필로그>에 다시 등장해 자신이 그리 유능한 수학교사가 아니었음을 고백한 뒤 교실을 떠나는 것으로 맺는다. 그 사이에 있는 이야기들은 수학교사가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현실의 냉혹함이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은 교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성장하지만 70년대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들이 받는 혜택은 아니었다.

     

    난장이 가족은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기에 노동을 착취당하던 노동자를 대표한다. 가족 모두가 일을 해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사회는 잘못되었다고 고발한다. 그들이 노동으로 소모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단단하게 부를 축척하고 있었다. 난장이 김불이 씨의 자식들은 은강의 노동자로 일을 하고 있다. 세 아이가 모두 일을 하지만 이들의 임금 전부를 합해도 당시 최저 생계비에 미치지 못한다. 피라미드의 가장 아랫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위해 투쟁에 나섰다면, 노동자의 반발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자본가들이 그 대척점에 있다. 그들과 노동자들의 삶은 지나치게 거리가 멀었다. 현재의 삶마저 지탱하기 어려운 노동자들과 이들을 자신에게 부를 안겨주는 소모적 수단으로 밖에 보려하지않는 자본가 사이를 잇기 위해 그 중간층(신애, 윤호, 경애, 지섭 등)이 나온다. 이들이 전혀 동일성을 찾을 수 없는 두 집단의 다리가 되어 아주 천천히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빈부의 격차는 70년대보다 더 벌어졌을 것이다. 한 끼가 아쉬운 이들이 있는 반면 우주여행의 꿈에 젖어 있는 이들도 있다. 작가는 '뫼비우스의 띠'와 '클라인씨의 병'을 통해 우리 사회가 모두 같은 운명을 가진 공동체라는 것을 말한다. ‘입주권 매매로 인한 분란은 70년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잘 살기 위해선 동산 취득이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고, 노동자가 자신의 집 한 채를 갖는 것은 여전히 힘겹다.

     

    난장이 김불이 씨는 겨우 마련한 무허가주택이 자신의 눈앞에서 부서지자 절망에 빠졌다. 자신의 것을 빼앗은 업자에게 복수했다고 생각한 곱추와 앉은뱅이도 결국 일어서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산업화라는 늪 속에 빠져 나오지 못했다. 이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가볍지 않다. 우리 사회가 서로 사랑하며 누구나 사람답게 사는 것 사람을 도구화하고 소통을 단절시키는 물질만능의 울타리를 걷어내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작가는 고정관념에 갇히는 대신 우리 모두가 같은 운명 공동체라는 걸 인식한다면 그렇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거두지 못할 열매를 위해 마른 땅을 파고 나무를 심었던 무명의 선한 영향력들이 모여 지금이 되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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