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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가 비싸다고 한다.
혁신도시에 있는 대형마트에 갔더니 정말 비쌌다.
두 포기 한 묶음이 19800원이다.
만약 꼭 필요하다면 사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김치를 담글 것 같다.
작년 배추농사는 일찍 망쳤다.
속이 차기도 전에 벌레가 꼬여서 배추 모종 100포기 심어 20포기도 못 챙기고
밭에서 썩어가는 것을 봐야 했다.
해서 올해는 김장김치도 일찍 떨어졌다.
남편은 텃밭에 있는 배추를 보며 벌써 배부른 표정을 짓는다.
올해는 배추가 넉넉할 듯하니 김장을 많이 해서 땅 파고 묻자고 한다.
배추는 아직 푸르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이제 속을 채울 준비를 한다.
한 달만 이대로 잘 자라준다면 그 어느 해보다 알찬 배추를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농사는 수확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 경우, 텃밭이라 물 대기가 좋고 양이 많지 않아 관리라고 할 것도 없지만
작년을 생각하면 벌써 배추농사 잘 되었다고 마음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겨울엔 배추와 무만 있어도 먹거리 걱정이 없다.
애써 시래기를 말리지 않아도 저장해놓은 생배추와 무로 배춧국을 끓이고
무생채나 무국 무나물을 해 먹다 보면 겨울 한 철이 잘도 흘러갔다.
지인들 중에 많은 이들이 김치를 담그는 대신 사 먹는 쪽을 택했다.
나 역시 쉽게 담글 수 없는 갓김치는 사 먹는다.
대량 생산된 김치가 더 위생적이고 더 맛있다는 쪽으로 어느새 생각들이 기운 것 같다.
김치를 사 먹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어머니 세대.
시간이 없다면, 혹은 사 먹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면 기꺼이 사먹는 쪽을 선택하는 우리 세대.
그리고 김치라면 당연히 마트나 홈쇼핑에서 주문해서 먹는 걸로 알고 있는 지금의 청년 세대.
세상은 늘 변한다. 그 변화에 움직이지 않는 것을 고정관념이라고 한다.
고정관념에 갇혀있지 않고 변화를 따라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청춘'이다.
배추 가격의 변동은 늘 있다. 자신의 형편에 따라 매 끼니 먹는 김치의 종류를 선택하는 유연성도
변화에 잘 대처하는 것이다. 배춧값이 비싸다고 푸념하기보다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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