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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단한 날들 & 톨스토이
    검색을 리뷰하기 2020. 9. 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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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작은 노동이 계속되어 피곤하다.

    아파트에서 살 때를 생각해본다. 작은 공간이어서 내 시간이 많았다.

    늘 밖에서 일을 했지만 집에 돌아오면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식사는 절반 이상을 배달음식. 외식. 인스턴트로 해결한 듯싶다.

    자주 바깥으로 외출을 했다. 친구를 만나고 등산을 하고 요가를 다니고

    스포츠댄스를 배우고. 남은 시간은 책을 읽고 휴식을 취했다. 생각해보니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오래 목욕을 하기도 했다.

     

    시골생활은 정말 피곤하다.

    요즘 특히 그렇다. 텃밭에서 나오는 고구마, 땅콩, 고추, 참깨 등을 갈무리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아직 멀었다. 양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오전에 바깥 일을 좀 하고 집에 와보니 어제 하던 일이 여기저기서 내 손을 기다리고 있다.

    점심을 대충 때우고 참깨를 손질한다. 깨와 깨 아닌 것을 가리는 작업은 정말이지 화가 날 만큼

    지루하고 힘들다. 그래도 얼른 마무리할 욕심으로 세 시간을 앉아서 그 일을 했다. 150g 정도를 가렸다. 아직 1kg 정도

    더 가린 뒤 나머지는 침기름을 짤 예정이다. 추석에 먹을 깍두기를 담고 반려견 간식을 만들다 보니 저녁이다.

    내일 해야할 일을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또 대충 일거리를 덮어두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고단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아니, 시골엔 언제 휴식이 있지? 계속 반복되는 노동에 오늘은 정말 지친다.

    닭장에 갔더니 중병아리 한 마리가 끈에 발이 묶여 엎드려 있었다. 들고양이 새끼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따라다니며 운다. 마당에 사는 반려견 두 마리가 빨리 견사 문을 열어달라고 빤히 쳐다본다. 하늘을 보니 달이 환하다. 벌써 다음 주가 추석. 손님맞이할 생각에 마음만 바쁘다.

     

    톨스토이를 검색하다가 그가 마지막으로 했다는 말을 봤다.  'But the peasants … how do the peasants die?'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농민의 삶에서 생의 의미를 찾았다는 대문호이자 철학자 톨스토이. 그가 그토록 원했던 농민의 삶과 비슷한 현실을 한탄하는 나를 톨스토이는 얼마나 안타까워할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니 마음이 좀 풀어진다. 노동이 지속되는 생활에 화가 나는 이 시간. 나는 왜 문득 톨스토이를 검색해 봤을까. 사랑을 품고 사랑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지속되기를 원했던 톨스토이가 나를 다독여 주기 위해 나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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