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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날씨
    검색을 리뷰하기 2020. 9. 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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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본다.

    지난밤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여전히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던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인터넷이다.

    정치는 여전히 잘 싸우고 있고, 경제는 어둡다.

    그런데 오늘의 날씨는?

    오늘의 날씨가 인기 검색어에 있다는 사실이 내게 약간의 안도감을 준다.

    사람들은 여전히 하루를 열심히 살기 위해 날씨를 검색하고 있다는 것.

    날씨를 살펴볼 만한 여유가 사람들에게 아직 있다는 것.

    혹은 날씨를 살피는 일이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이다.

     

    어제는 날씨가 무척 좋았다. 낮에 마당에서 잠깐 일을 하고 있으니 면바지 위로 내리쬐는 햇살이 따갑기까지 했다.

    내일도 이런 날씨면 우리 집 진돗개 목욕을 시켜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말리고 있는 땅콩을 하루 더 말린 뒤 정리해서

    창고에 넣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만마한 것이 하나도 없다.

    반팔 입은 팔에 소름이 돋을 만큼 기온이 내려갔고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혹시 비가 오려나 싶어서 다시 날씨를 검색해보니 습도가 75%나 되지만 비올 확률은 0다. 어쩌면 이렇게 단호하게 0%라고 적혀있는지 기쁘기까지 하다. 주간 날씨까지 죽 살펴보니 어제와 같은 맑은 날씨는 주말이나 되어야 가능하다고 예보하고 있다. 그러면 작정한 일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햇볕에 의지해서 하려던 일은 미루고, 대신 미뤄두었던 실내 일을 해야 한다.

     

    세상 일은 다 마음먹기라는 말이 있다. 안된다고 짜증을 부리기보다 되는 일부터 찾아서 하면 된다.

    어제 낮에 오랜 만에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다시 읽었다. 천사 미카엘이 하느님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세 가지 질문 중에 어제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답이 마음에 들어왔다. 모든 것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 뜻이 가장 중요한 것 같지만 인간의 수명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신의 영역인 것이다. 아주 고급 가죽을 가져와서 구두를 만들어 달라고 한 부자가 일 년 동안 신어본 뒤에 그때도 이상이 없다면 구두를 만든 비용을 지불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감옥에 가두겠다고 한 횡포에 보여 준 미카엘의 미소는 정신없이 살고 있는 우리의 달리기를 좀 멈추게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재촉하는 말들이 난무하다. 그런 와중에 남들보다 천천히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보며 답답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꾸 미안하고 주눅이 들기도 하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하는 대신 자주 마당에 나가 계절마다 알아서 피고 지는 꽃나무와 말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속도로 가고 있으니 괜찮은 거지? 너도 네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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