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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 하늘말나리야/ 이금이
    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1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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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른이지만 동화책을 좋아한다. 단순해서 좋고, 행복한 결말을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에 좋아한다. 하지만 그 따뜻한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늘 목이 메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오늘 읽은 이 책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미르, 소희, 바우는 가족에 대한 결핍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르는 부모님의 이혼, 소희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조손가정 아이, 바우는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신 아픔을 겪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시골 보건소 소장으로 내려온 엄마를 따라 월전리에 온 미르는 처음엔 자신에게 닥친 아픔만 볼 줄 아는 철부지였다. 이 책 속에는 아름다운 동시 세 편이 나오는데 미르를 표현한 동시가 바로 엉겅퀴꽃이다.

     

    아하! 그랬었구나

     

    나더러 그냥 이만치 떨어져서

    얼굴만 바라보라고,

    그러다가 행여 마음이 끌리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향내나 맡으라고

     

    짐짓 사나운 척, 네가

    날카로운 가시를

    찌를 듯 세우고 있는 것은

     

    하지만 내가 어찌 참을 수 있었겠니?

     

    떨리는 손끝으로

    조심조심 쓰다듬어 보니

    그 뽀족한 가시마저

    이렇게 보드라운 걸!

     

    미르가 엉컹퀴꽃을 닮았다고 알아본 사람은 엄마의 죽음으로 선택증함구증에 걸린 바우다. 바우는 미르를 처음 본 순간, 미르에게도 자신과 닮은 아픔이 있음을 느끼고 마음을 내준다.

     

    소희는 세 아이들 중 가장 어른스럽다. 자신이 아주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외가의 강요에 의해 엄마는 재혼을 하고 소희는 할머니와 둘이서 월전리에서 살고 있다. 자신의 처지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소희는 나이답지 않게 성실하고 뛰어난 면을 보여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희의 내면에는 자신도 미르처럼 어리광 피울 대상이 있었더라면 미르와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영악한 생각도 가지고 있다. 소희를 잘 표현한 동시로 제비꽃이 나온다.

     

    겨우내

    들이 꾼 꿈 중에서

    가장 예쁜

     

    하도 예뻐

    잠에서 깨어나면서도

    놓치지 않고

    손에 꼭 쥐고 나온

     

    마악

    잠에서 깬 들이

    눈 비비며 다시 보고,

    행여 달아나 버릴까

    냇물도 함께

    졸졸졸 가슴 죄는

     

    보랏빛 고운

     

    소희에게는 이 동시처럼 자신이 펼치고 싶은 꿈이 있기에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세 아이는 자신이 가진 문제점을 함께 나누며 서로 이해하는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하는 미르, 작가가 되고 싶은 소희, 미술심리치료사가 되어 자신처럼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들을 돌보고 싶은 바우. 이 세 아이들의 이야기가, 뻔한 스토리가 가슴을 적신다.

     

    마지막으로 소개 된 개망초꽃

     

    언제부터

    너 거기에 있었니?

     

    친구와 헤어져 혼자 가는 길

    가까이 다가가보니

    낯설지 않은 얼굴

     

    너 거기 그렇게

    정말 오래오래 서 있었구나?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아무 말 없이

    내 어깨만큼 자란 키

     

    내가 웃음을 보이지 않아도

    반가워 먼저

    소리 없이 웃음 짓는

     

    네게서 참 좋은 향내가 난다

    참 좋은 향내가 난다.

     

    이 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선물 같다. 주변을 둘러보면 내게 손 내미는 사람들과 내가 손 내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미처 보지 못한 채 외로워하고 아파한다. 그런 이들을 향해, 눈을 떠서 보이는 누구의 손이든 덥석 잡아보라고, 그래서 좋은 향내를 맡으며 안아보라고 먼저 눈 뜬 작가가 외치는 착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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