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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린들주세요/앤드루 클레먼츠/사계절
    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1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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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읽은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얼마나 오래도록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수많은 종류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정신을 북돋아주는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고를 때 세 가지를 생각한다. 저자와 출판사와 책에 들인 정성. 정성이란 게 주관적인 것 같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은 비슷비슷해서 공들인 만큼 보이는 것 같다.

     

    그렇게 고른 앤드루 클레먼츠의 창작동화 '프린들주세요'를 읽고 '청출어람'이란 사자성어를 떠올리며 책을 덮었다. 청출어람은 '쪽에서 뽑아 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비유'한다고 사전에는 풀이되어 있다. 닉은 기발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꽉 차있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총명한 학생이다. 엉뚱한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또래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지만 수십 명의 아이들을 함께 돌봐야 하는 선생님으로선 닉이 반가울 수만은 없다.

     

    닉은 5학년이 되자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그레인저 선생님의 수업시간을 엉뚱한 질문으로 채워 가려한다. 그러나 그레인저 선생님은 닉의 꾀에 넘어가지 않고 선생님의 수업시간을 충실히 채워나간다. 예상외의 결과에 놀란 닉은 그레인저 선생님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새로운 낱말을 만들기로 하고 친구들과 함께 실천에 옮긴다. 닉은 그레인저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버젓이 펜이라는 말을 버리고 '프린들'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선생님은 놀랐지만 우선 지켜보기로 하는데 사건은 꼬리를 물고 커지면서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국어를 담당하는 그레인저 선생님은 아이들이 '사전'에도 없는 말을 사용하자 학교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이유로 그것을 금지 시켰다. 그레인지 선생님은 닉에게 ''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말이 아니라 깃털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피나'에서 나온 정당한 말이기에 함부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다. 하지만 닉이 펜이란 말대신 '프린들'이란 말을 사용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선생님은 10년 후에나 열어보게 될 편지에 닉의 서명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레인저 선생님은 '프린들'이란 낱말이 사전에 오를 수 있도록 악역을 자청했다.

     

    그레인저 선생님의 모습은 커다란 느티나무를 연상시킨다. 제각각의 이유를 대고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침묵으로 배웅하는 거목. 그 사람들이 세상을 떠돌다 마침내 지친 몸을 껴안고 발길을 돌릴 때 맨 먼저 따뜻함으로 껴안아주는 고향의 느티나무. 선생님은 변함없는 모습으로 오랫동안 학교를 지키고 계신다.

     

    닉이 '프린들'이라는 낱말을 만들고, 그 사실이 지방 신문인 '웨스트필드 가제트'1면 머리기사를 장식해 온 마을이 떠들썩할 때나, 닉이 텔레비전에 나와 '프린들'이라는 낱말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사업가인 '버드'와의 계약으로 닉의 은행계좌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돈이 불어가도 선생님은 선생님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10년 뒤 닉은 '프린들'의 상품권 계약으로 어마어마한 부자가 돼 있다. 이때 받아 본 그레인저 선생님의 선물. 바로 10년 전 닉이 직접 서명하고 봉한 편지 한 장과 마침내 사전에 올라와 있는 '프린들:[]잉크로 글씨를 쓰거나 표시를 하는데 쓰는 도구(임의로 만든 신조어;1987년 미국의 니콜라스 앨런이 처음 쓴 말-(참고)'을 볼 수 있는 최신판 사전 1권이었다. 10년 전에 이미 선생님은 닉의 아이디어를 인정하고 닉이 뿌린 씨앗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돌봐 준 것이다. 닉은 선생님의 사랑에 '그레인저 장학 제단'을 설립하는 것으로 보답한다. 닉의 뛰어난 점을 일찍 알아보고 아무도 모르게 닉을 도와서 훌륭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격려해준 선생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고 교사의 보람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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