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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동전: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날리니/류수열
    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1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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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은행에 가면 입출금의 견본에 꼭 홍길동이란 이름이 적혀있었다.

    홍길동.

    정말 유명한 이름인데 막상 그의 얘기를 하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호부호형 하지 못하고~~

    손오공과 전우치와 맞먹는 분신술 정도.

     

    마음먹고 이 책을 움켜쥐니 , 큰일났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책이 중학생용인데 책장을 넘기기가 겁이 난다.

    잘 읽히지 않는 것이다.

     

    다른 고전 소설처럼 너무 정직하게 옮겨 놓은 탓이다.

     

    그래도 어째든 쭉 읽었다.

     

    서울 홍 대감이 멋진 꿈을 꾸어 안방에 들어갔으나 대낮부터 안방 출입한다고 안방마님으로부터 무안만 당하고 사랑으로 건너온다. 꿈이 너무나 아까운 홍 대감 앞에 어여쁜 하녀 춘섬이 차를 끓여 온다. 홍대감은 꿈을 위해 춘섬을 끌어안고 이 때 태어난 아이가 홍길동이다.

     

    홍 대감의 순간의 선택이 홍길동의 일생을 좌우하게 된 것.

     

    서자로 태어난 길동은 평생 소원이 입신양명하여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는 것인 줄 알고 자라지만 두 가지 길이 신분에 막혀버리자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 녹림의 두령이 된다.

     

    열두어 살에 학문은 정승을 뛰어넘고 무술은 관우 장비요, 술법은 손오공도 울고 가야할 재주를 익혔지만 서자 신분만은 어쩔 수 없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조선의 사대부가 원하는 이상향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할 수만 있다면 조정에 나가 출세를 하는 것이요, 그 다음 효를 행하는 것이며 여력이 있다면 백성을 돌보는 것이다.

     

    녹림의 두목이 되어 길동이 맨 먼저 한 일은 해인사를 습격해 재물을 빼앗는 것. 이 장면에서 나는 사대부의 면모를 버리지 못하는 길동의 벽을 느낄 수 있었다. 불교를 억압한 조선은 절과 중을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으면서 백성들에게 없는 말을 해서 재물을 빼앗아 먹는 쓸모없는 존재라고 말한 것이다.

     

    함경도 관아를 습격해 무기를 빼앗을 때도 능이 훼손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길동의 모습은 유교의 삼강오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왕이 길동을 잡아오라고 했을 때 길동 스스로 왕 앞에 나가 말하기를 자신의 소원이 병조판서이니 그 벼슬을 내리면 조용히 물러나겠다고 하는 대목이다.

     

    스스로 "활빈당"이라고 칭하면서 백성들을 가난과 도탄에서 구하겠노라 장담하던 길동의 모습과 병조판서의 벼슬을 구걸하는 길동의 모습을 보며, 결국 길동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출세와 신분에 대한 울분이 가장 우선시 된다는 것을 알았다.

     

    길동은 후에 일본의 섬쯤으로 짐작되는 율도국을 쳐서 그 곳의 왕이 된다. 그리고 자신의 친모인 춘섬을 대왕대비로 모시고 세 명의 부인과 함께 천수를 누리다가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자신은 부인들과 한날 한 시에 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으로 끝난다.

     

    이 책은 양반 허균이 서자의 처지를 옹호하기 위해 쓴,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로 알려져 있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급진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허균은 결국 사형으로 생을 마감했고 그가 쓴 이 책은 세대를 넘어 사랑을 받으며 아직까지 우리에게 혀균이 하려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길동이 가진 재주와 그가 보여준 활약은 관아에 수탈을 당하고 있던 백성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지만 결국 길동의 행보는 그 당시 양반들이 가고 싶었던 이상 사회를 마지막까지 가본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결국 병조판서로 출세를 했고, 거기서 더 나아가 사대부였으면 꿈도 꾸지 못할 왕이 되었으며 부모를 정성껏 모시고 가정을 잘 이끌어 부귀영화를 한 몸에 다 누렸으니 길동 자신에게는 여한이 없는 삶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독후활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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