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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샬롯의 거미줄/엘윈 브룩스 화이트
    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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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롯의 거미줄을 다시 읽었다.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우정의 거미줄"로 출판 된 것을 읽은 적이 있고, 그 후 몇 년 전에 이 책의 내용을 영화로 제작한 것을 보았다.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모르겠다. 아이들 책을 쭉 읽을 때면 성인용 책을 읽고 싶고, 성인용 책에 지칠 때면 어김없이 어린이 책에 손이 간다.

     

    펀도 변덕스럽기는 나와 다르지 않다. 이 책의 시작은 펀이 무녀리 돼지인 윌버를 살리면서 시작된다. 어른들에게는 별 소용없어 보이는 무녀리 돼지지만 어린 펀에게는 자신과 똑같은 생명을 가진 소중한 존재였다. 단지 약하다는 이유로 죽어야 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아버지를 졸라서 윌버의 생명을 살린 펀. 그러나 그 펀도 머지않아 자신이 돼지 따위에게 관심을 가진 일을 부끄러워하고 유치하게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변덕스럽다. 가장 변덕스러운 것은 네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바위처럼 굳을 것 같은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변할 때면 정말 난감하다. 변한 것이 너라면 차라리 원망을 하고 욕을 하며 견뎌내면 되는데 그 치사스런 변덕쟁이가 나라는 걸 알게 된 순간 합리화에 바쁜 못난 내 모습을 만나면서 나에 대해 실망하는 것이다.

     

    이럴 때면 나 자신을 학대하기 보단 동화책에 코를 묻는다. 그래, 공주는 언제나 행복하고 왕자는 늘 용감한 이 단순한 세상이 얼마나 좋은가.

     

    외로운 윌버에게 펀의 위로는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대신 거미 샬롯의 사랑은 윌버를 행복에 빠트리기에 충분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는 존재는 빛날 수밖에 없다. 알면서 나는 늘 윌버처럼 사랑을 받기만을 바랐던 시간들. 늘 사랑을 구하던 내게 샬롯같은 존재는 없었다. 다들 넌더리를 내며 떠나갈 뿐.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윌버가 샬롯의 아이들에게 바치는 사랑에 코끝이 시큰했다. 역시 사랑은 받아봐야 줄줄도 안다. 조건 없이 무한히 베푸는 윌버의 사랑은 그 전에 이미 샬롯에게서 받았던 거다.

     

    서운한 마음, 사라진 벗들에 대해 힘들어하기 전에 내가 그들을 서운하게 했던 그 많은 시간이 생각나서 부끄럽다. 이제 내가 샬롯이 되어야하는데. 샬롯처럼 다정한 마음으로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벗에게 기꺼이 내 마음을 나눠주어야겠다.

     

    안녕, 안녕 하며 실처럼 떠나는 샬롯의 아기들을 바라보는 울적한 윌버의 귓가에 들려오는 달콤한 목소리. "우린 아저씨 곁에 남겠어요. 우리 셋이서 엄마 얘기를 더 듣겠어요."

    나도 이제 떠나는 사람보다는 남아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고맙게도 아직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

     

    샬롯과 윌버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마음의 온도가 쑥 올라가는 따뜻한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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