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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경사 바틀비)바틀비 이야기 /허만 멜빌
    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0. 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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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경사 바틀비'에 대한 짧은 이야기. 모비 딕의 저자 허만 멜빌 작품이다.

    도서관에서 빌렸더니 최신작이 아니라 무려 1999년 도서출판 문화사랑의 초판 발행본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출판사 아직 무사할까? 이 책을 정성껏 번역한 이기홍 님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까.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은 바틀비가 자신을 고용한 변호사에게 하는 짧은 말이다.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문장인가! 특히 그 사람이 나를 고용한 '갑'일 때는.

    나 역시 힘에 부치는 노동은 하고 싶지 않고

    무례한 사람에게는 더 무례하게 갚아주고 싶고

    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조언하는 사람에겐 그만두라고 소리치고 싶다.

     

    하지만 참는다. 일상이 무사히 돌아가기 위해선 내가 참아야 할 일들은 많고도 많다.

    그런데 바틀비는 앞일에 대한 걱정 대신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나중엔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도 하지 않는다.

    대신 저 문장만 되풀이 말한다.

     

    앞에 있는 고용주는 어안이 벙벙하다. 어떤 고용인이 고용주에게 저렇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바틀비는 죽는다.

    저런 말을 했다고 죽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그렇다면 살아서 저 말을 뱉았던 바틀비는 얼마나 멋진 인물인가.

    이것은 용기일까. 허세일까. 궁여지책일까.

     

    어떤 것이라 해도 저 말을 듣는 '갑'을 당황시키는 것만은 확실하다.

    거기다 '갑'은 평생 이 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줄 친 문장을 소개해본다.

     

    내 구인 광고를 보고, 어느 날 아침, 전혀 꾸밈새 없는 한 젊은이가 여름이라 활짝 열어놓은 사무실 문턱에 들어섰다. 나는 지금도 그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핏기가 전혀 없는 창백함에서 오는 단정함. 비참할 정도의 존경스러움. 구제할 길 없는 고독! 그것이 바로 바틀비의 모습이었다. (30쪽)

     

    아아, 행복은 빛을 발하기에 우리는 이 세상을 즐거운 것으로 보지만, 비참함은 초연히 숨기에 이 세상에 비참함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60쪽)

     

    감수성이 강한 사람에게 연민은 종종 고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연민이 효과적인 구원에 이르지는 못한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을 때, 상식은 영혼에게 그것을 버리라고 명하는 것이다.(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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