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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내가 읽은 책/리뷰 2021. 1. 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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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르바가 말했다. 날 데려 가시겠소?

     

    당신은 어떤 사람이지요?

     

    나는 알렉시스 조르바요.

    먹는 음식으로 뭘 하는가를 가르쳐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말해줄 수 있어요.

     

    먹는 음식으로 비계나 똥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일과 좋은 유머에 쓰는 사람이 있고

    하느님께 돌리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나는 먹는 음식으로 일과 좋은 유머에 쓰고 있어요. 당신은 먹는 음식으로 무엇을 하지요?

     

    작가인 는 책벌레라는 친구의 야유에 상처를 입고 행동주의자로 살기 위해 크레타에서 갈탄광 사업을 시작한다. 이때 65세의 자유인 조르바를 만나 함께 크레타 섬으로 오는데 조르바는 그에게 자신의 이분법적인 세계를 무너뜨리고 그 이상의 자유를 완성시켜줄 인물이었다.

     

    는 어릴 때부터 이성에 의해 지배받은 형이상학의 생을 살았지만 30살이나 연상인 조르바는 그의 추상적인 관념에 육체를 부여하는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조르바에게 육체는 짐은 진 짐승처럼 먹이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였다. 먹는 데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던 는 조르바를 통해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조르바가 산투르 라는 악기로 자신을 표현한다면 는 펜대로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그에게 여자란 남자를 잡아먹는 나긋나긋하면서 위험한 동물이었고, 조르바와 함께 갈탄광이 성공하면 지식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과 공동사회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지상의 생활과 하늘의 왕국을 동시에 얻고 싶어 한 이상주의자가 조르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조르바가 자신보다 훨씬 더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다는 거다. 조르바와 함께 있는 동안 는 행복을 느낀다. 거침없는 웃음과 친절한 말과 맛있는 요리를 주는 사람을 어디서 또 구하겠는가.

     

    조르바는 또 묻는다. 자유를 원하지 않는 인간도 인간일까요? 나는 인간이면 자유를 추구해야한다고 믿고 있어요. 그런데 여자들은 자유를 원하지 않아요. 여자도 인간일까요?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던 많은 정의가 조르바 앞에서는 한낱 괴변에 지나지 않고 이 천진무구하기까지 한 자유인이 내리는 삶의 진리는 유쾌하고 진실하다. 하느님의 계명 앞에서 움츠리고 있는 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이 미쳤다고 지렁이 앞에 앉아 지렁이가 한 짓을 꼬치고치 캔답니까?

     

    거룩한 은둔자, 알렉시오스 신부였다가 시궁창 생쥐, 알렉시스 조르베스쿠였다가 알렉시스 조르비치로 생을 마감한 남자 조르바.

     

    그에게 깃든 건 모든 세상을 불쌍히 여길 줄 아는 따뜻한 인간애. 내리는 비에도 영혼이 있을까봐 함부로 말하지 않는 남자. 꽃과 나무, 하늘과 구름이 하고 있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안타까운 남자. 조르바는 그런 세계인이었다.

     

    조르바는 작가인 가 끊임없이 묻고 있는 질문에 진실 되게 대답하면서 그 또한 질문하고 있다. 유식한 당신들이 정작 세계에 기여한 것은 무엇이랍니까?

     

    조르바가 말한다. 여자도 우리 같은 사람인 걸요.

     

    조르바가 내게 묻는다. 날 데려 가시겠소? 당신은 먹는 음식으로 무엇을 하지요?

     

    나는 책을 덮은 채 오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시인 조르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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