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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팔기/나스메 소세키
    내가 읽은 책/리뷰 2021. 1.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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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겐조는 세 살 때 입양되었다가 양부모의 이혼으로 일곱 살에 본가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파양되어 돌아온 아들을 바라보는 친부모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혼한 양부와 양모 역시 그가 어서 자라서 자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겐조가 열다섯 살이 되자 양부는 자신의 사환이라도 하라며 겐조를 불러들인다. 이때 양부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겐조는 절대 사환 같은 것은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다행히 겐조는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의 모습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귀국하자마자 그를 기다리는 건 그를 채무자로 인식하고 있는 주변사람들이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껏 돈을 벌지만 누구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한다. 오직 돈으로만 연결된 인간관계에 대해 혐오감을 나타내면서도 그 자신 역시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깨닫게 되는 주인공은 씁쓸하게 외친다.

     

    너는 결국 무엇을 하러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겐조는 어릴 때 보던 풍경과 현재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이 급격히 변하고 발전한 것에 비해 인간이야말로 점차 쇠약해질 뿐 내면의 변화가 적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끊임없이 생의 종착점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을 느끼지만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주변사람들의 호소에 예의로라도 그들을 돌아봐야하는 겐조의 처지를 보면서 소통되지 않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느꼈다. 백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읽은 내용이지만 구태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인간의 내면을 조명한 작가의 응시가 그만큼 깊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1916, 50세의 젊은 나이에 지병인 위궤양으로 타계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는 아사히신문에서 2,000년에 뽑은 지난 천 년간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1위에 올랐고, 지금도 작가들이 존경하는 작가들의 작가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 보여준 건조하고 냉소적인 내용은 자신에게 결핍된 사랑을 찾고 싶은 젊은 지식인의 갈구로 느껴졌다. 사회적 체면 때문에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오히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했음을 고백하고 있는 이 작품을 읽으며 그에게 다가왔던 감정적으로나 금전적인 부채감이 작가가 젊은 나이에 타계한 이유 중의 하나의 되지 않았을까 싶어 안타까웠다.

     

    제목인 한눈팔기는 살아가면서 궁지에 몰렸을 때 그 궁지를 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한눈을 파는 거라고 한다. 겐조는 자신의 경제적 궁핍을 해결하기 위해 글을 쓰고 그 글의 대가로 돈이 들어오자 코앞에 닥친 궁핍을 해결하기 보다는 별로 필요하지도 않는 일에 그 돈을 다 쓰고 만다. 평소 휑해보였던 거실을 장식 할 액자를 사고 붉은 색 화병을 산다.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유치하면서도 값비싼 옷감을 사고, 그리고 남은 돈 오 엔은 자신을 찾아온 양모에게 차비라며 몽땅 줘버리는 걸로 자신에게 들어온 모처럼의 여윳돈을 써버린 후 자신이야말로 인정이 없으면서 허세에 가득 찬 인물이 아닌가 돌아본다. 이런 한눈팔기가 산소가 부족한 어항에서 살기 위해 물 밖으로 아가미를 뻐금거리는 금붕어의 처절한 몸짓으로 느껴지는 것은 주인공의 절실한 호소가 독자를 충분히 설득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일생에 한 번쯤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진솔하게 표현하는 작품을 쓴다고 하는데 나쓰메 소세키에게는 이 작품이 그런 작품이 된 셈이다.

     

    한눈팔기란 잘못되면 목표점을 벗어나는 난처한 상황을 만들지만, 긍정적으로 보자면 궁지를 벗어나게 해주는 뜻밖의 모색이 될 수도 있다. 나쓰메 소세키가 궁지에 몰린 채 시작한 소설쓰기에서 그의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처럼 나의 리뷰쓰기도 그런 한눈팔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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