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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당이 있는 집
    농촌에 살고 있지만 아직 도시인 2020. 10. 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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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의 마당은 고요하다. 자갈을 뚫고 풀이 돋았으면 좋겠다. 돋아나는 풀을 감당하지 못해 자갈을 덮었으면서 다시 풀을 기다리는 것은 두더지 게임을 시작하려고 손목에 힘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 마당에 쌓인 저 낮은 자갈더미는 소박한 허세다. 지금이라도 마당에 흩어놓으면 평평하게 될 텐데 여유를 보여주고 싶어서 저렇게 쌓아놓은 것이다. 자갈더미를 볼 때마다 허세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럽다.

     

    자갈을 깔면서 집에 있던 적벽돌로 길을 만들었다. 저곳에 이름을 붙인다면 배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저 길을 오가는 것은 우리 집 마당개 두 마리다. 개 발바닥에는 검은 패드가 붙어있어 사람의 신발 구실을 한다고 하지만, 맨발로 자갈 위를 다닐 것이 안쓰러워 만들었다. 개들은 자갈 위를 마구 뛰어다녀도 괜찮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마당을 개들은 대부분 저 배려의 길로 잘 다니고 있으니까.

     

    담 근처에 있는 나무더미는 겨울 장작용으로 가져온 것이다. 며칠 전 이웃에서 오래된 집을 헐었는데 땔감으로 좋은 것 같다며 가져다 놓았다. 부지런한 일꾼이 집에 있었다면 벌써 다 정리했을 테지만 우리 부부는 일에 있어서 둘 다 느긋하기 때문에 며칠째 담 앞에 놓여있다. 겨울까지 그대로 있어도 괜찮은데 동네 어르신들의 재촉에 그러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 집은 동네 첫 집이라 많은 일들이 노출되고 있다.

     

    서향으로 앉은 토담방 마루에 앉아 마당을 보고 있다. 시선은 마당을 향해있지만 마음은 마당을 몇 m깊이로 파고 들어간 것처럼 서늘하고도 답답하다. 갈무리할 일은 쌓였는데 늘어진 시간만큼이나 내 몸도 늘어진 것 같다. 남편은 아침 밥을 먹으며 텃밭에 주렁주렁 매달린 가지를 어쩔 거냐고 묻는다. 말린 가지가 몸에 좋다고 하지만 먹지 않으니 구태여 말릴 생각을 않는 내가 답답한 거다. 말려놓아 봤자 먹을 입이 없다고 속으로만 말하고 몇 개 따서 말리는 시늉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벌써 시월. 개들도 추운지 몸을 웅크린다. 더 늦기 전에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겨울 집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어느 미래인들이 땅 속 깊이 묻힌 저 자갈을 발굴해 오늘의 신화를 추측해 볼 거란 생각을 하면 기운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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