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청 만들기

수돗가에 한 그루 있는 석류나무. 얼른 입을 확 벌려 보석 같은 알맹이가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뒤쪽으로 슬며시 썩어가는 것이 보이자 더 기다리지 않고 수확해버렸다. 오리주둥이처럼 입을 삐죽 내민 석류들.

 

여태 본 것 중에서 가장 많이 달린 석류들. 작년엔 여름에 다 떨어져 붉은 열매는 보지도 못했다. 올해는 어쩐일인지 잦은 태풍에도 견뎌서 마당에 나갈 때마다 활짝 핀 꽃을 본 것처럼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다.  

 

 

한 번 씻어서 물기를 닦아낸 뒤 알갱이를 따로 모으려고 잘랐다.  맨 손으로 했더니 식초를 만진 것처럼 손이 쓰렸다.

 

새콤달콤한 알갱이들. 숟가락으로 파서 한곳에 모아주었다.

 

석류를 손질하다보니 겉이 썩은 것은 속까지 다 썩었고, 겉이 멀쩡해도 속이 썩었거나, 완벽해보이던 알갱이가 숟가락으로 파내자 썩은 부분을 감추고 있는 것이 있었다. 보기엔 윤기나고 예뻤는데 속 사정은 제각각이어서 뭐든 겉만 보고 판단하는 일은 부질없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으로 보니 꼭 밥알처럼 보이는 석류알. 1.4kg의 무게에 맞게 설탕을 그만큼 넣어서 버무려 중탕한 유리병(2,4kg꿀병)에 넣었다.

그새 물이 많이 생겼다. 나는 이대로 냉장고에 넣고 가끔 저어주며 내년 여름에 ㄸㅏ듯한 차나 시원한 차로 마실 것이다. 아로니아도 그렇게 마시고 있다. 양이 적기에 하는, 나만의 수제청만드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