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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국산 참깨 사용 記
    농촌에 살고 있지만 아직 도시인 2020. 9. 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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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에 심어놓은 참깨를 수확했다. 올 여름 장마가 길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남편이 부지런히 움직여 준 덕분에 20kg이 넘는 양을 텃밭 농사로 얻게 되었다.

    밭에서 털은 깨는 집에 가져와 여러 번 채에 치고 선풍기 바람에 날린 뒤 물에 씻어 말렸다.

    먹던 참기름이 딱 떨어져 한 병 살까 하던 참이어서 얼른 방앗간에 가서 기름을 짰다. 참기름을 짤 때는 잘 말린 깨가 좋다고 들었다. 그만큼 기름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햇볕에 사흘쯤 말린 깨 6kg을 가져갔더니 소주병으로 9병이 나왔다.  갓 짠 기름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여름 내내 깨밭을 오갔던 남편의 고단한 발걸음을 보상해준 듯 하다.

     

     

    그럼 이젠 통깨를 볶아야 한다. 그런데 깨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깔끔하지가 않다.

     

     까만 깨는 죽은 깨라고 한다. 장마에 썩은 깨가 회색을 띠며 섞여 있다. 알이 없는 깨도 있다. 그리고 드물지만 깨가 아닌 티끌도 있었다. 이 상태로 볶아서 멀을 수 없으니 '먹을 수 있는 깨'와 '그밖의 것'으로 가려야 한다.

     

    쟁반 위에 백지를 놓고 그 위에 깨를 조금씩 쏟아부었다. 아래쪽은 가린 깨고 위쪽은 가릴 깨다. 중간에 있는 깨는 가려야할 깨다. 이렇게 하고 있는 나를 본 이웃 어르신이 깜짝 놀라며 손사레를 치신다. 씻을 때 조리를 사용하면 다 분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리를 잘 사용하지 못한다. 나를 믿지 못하니 시간 날 때마다 깨를 가릴 수밖에.

     

    못 먹을 깨는 버리지 않고 닭 사료에 섞어 줄 것이다. 먹을 만큼씩만 깨를 가려서 사용해야겠다. 종이컵 하나 정도를 가리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시골에 사니 먹을 것과 먹지 못할 것을 가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마트에 가면 깨끗하게 손질된 식재료가 쌓여있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사오면 되는 생활을 오래 했다. 돈만 벌면서 살기 싫다고 들어온 시골. 돈 사용이 줄어들긴 했지만 대신 몸을 움직이는 시간은 계속 늘고 있다.  귀한 100% 국산 참깨, 국산 참기름을 넉넉하게 먹으려면 이 정도 수고는 덤이라 생각하며 이 생활에 정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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