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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미래의 기회편)/KBS명견만리 제작팀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2. 7. 10:15728x90
요즘 중국 사극 "미월전"을 즐겨보고 있습니다. 진시황의 증조모가 되는 초나라 공주 미월이 갖은 고생 끝에 중국 역사상 최초의 태후가 되는 내용입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몰아서 방송 하기에 띄엄띄엄 보고 있었습니다. 오늘 본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미월이 어느 후궁에게 한 말입니다. "당신은 멀리 보지 못합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장면에서 미월이 당신의 말을 믿는다고 하면서 덧붙인 말입니다. 이 말이 유독 마음에 남는 이유는 아마도 저 스스로 멀리 보는 식견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명견만리'라는 말은 뛰어난 통찰력으로 미래의 일을 환하게 살펴서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사자성어를 제목으로 삼은 이 책은 "현실에서 보이는 단서들을 통해 향후 인류가 만나게 될 미래에 대해 올바른 결론을 던지고 다른 해답과 가능성을 찾아가는 일"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절실한 문제점들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함께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습니다.
같은 제목으로 두 번째 펴낸 이 책에서는 윤리, 기술, 중국, 교육 네 가지 분야에 대한 문제점을 고찰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몇십년 동안 이 세계를 지탱해왔던 가치들이 앞으로는 조금 다르게 변화할 것이고, 거기에 맞춰서 변화하지 않으면 지금까지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힘들 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변화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려는 행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 놓여있습니다. 배금주의 사상이 팽배한 자본주의 사회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게끔 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책에서는 혼자 달리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가는 것이 더 나은 것이라고 합니다. 혼자 외로이 단상에 올라가 있기 보다는 더불어 행복을 누리자는 것입니다.
이런 제안이 이제 우리사회 안에서 수용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여유가 조금은 생겼다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최소한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문화가 생기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보입니다. 국가부도의 위기 속에 다른 사람의 커피 값을 미리 내주는 그리스 사람들의 마음의 여유나, 공정무역을 통해 커피농사를 돕겠다는 기업을 응원하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올해 통과된 김영란 법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 역시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알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1부 윤리편에 나오는 내용들에서 우리는 좀더 선하게 살 때 더 높은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2부 기술 편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4차 산업혁명입니다. 인공지능이나 함께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조금씩 들어봤던 것들인데 4차산업혁명은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사물인터넷이라는 말도 처음 듣습니다. 그만큼 제가 관심을 가지지 않은 탓이겠지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해 들은 것만으로 독서의 기쁨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4차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21세기 문맹인은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운 것을 잊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는 사람"이라고 인용한 내용이 마음에 들어옵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변화들이 밀려들 것이 뻔한 미래에, 그것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들만이 4차 산업혁명의 시간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조금은 더 관심을 가지려 합니다.
3부는 중국입니다.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중국인들과 중국. 지난 3,000년동안 이웃한 중국이 이제 세계 최강대국이 되어 다시 우리 곁에 서 있습니다. 인구가 힘으로 작용하는 중국인이 거침없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는 현재, 위기란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말이라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마음에 닿는 것은 4장 교육에 관한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도 상위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서울대생들도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교수의 강의를 통째로 외우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하는 조사내용에 실망감을 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대학이 취업의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는 국가에서는 모두 나타나고 있는 병폐였습니다. 오직 취업을 위해 학점을 관리해야하는 학생들에게 사회적 정의는 너무나 먼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런 수동적인 교육이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데서 약간의 위안을 받다가 미국의 센인트존스 대학의 커리큘럼 소개에 부러움을 금치 못합니다. 이 대학에서는 4년간 1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교육의 전부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공부한 학생들이 오히려 자기 확식에 넘쳐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간다고 하니 새겨들을 부분이었습니다.
질문과 토론을 통해 생각을 넓히고 창의적인 사고를 갖는 것이 교육이라고 할 때 현재 우리의 교육은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직 학습을 수용하는 능력만을 키울 뿐입니다. 이런 때에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주도하는 강의 방식을 개발하고 교수하는 하버드 대학의 마주어 교수의 교수법은 아주 흥미롭습니다. 마주어 교수는 앉아서 듣기만 하는 수업은 텔레비전을 일방적으로 시청하는 것처럼 별로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가르치는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나를 이겨봐라, 나를 이길 수 있으면 A+를 주겠다'는 열린 마음으로 학생을 대하고, 학생의 어떤 대답도 허용할 수 있는 수업이 진행되어야만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것이라고 주장하는 마주어 교수와 함께 하는 학생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현재의 대학은 학생들에게 취업을 위해 거쳐가야할 정거장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교우관계는 여전히 경쟁 상대입니다. 앞으로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필요한 교육은 개별적인 경쟁보다는 함께 잘 살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이 책에서는 제안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는 넘치고 있습니다. 이 많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제 별 의미가 없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오히려 많은 정보를 알맞게 분류하고 적정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런 일은 혼자하기보다 더불어 할 때 그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독점적 정보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입니다.
기계는 아주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인간보다 나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계에는 없고 인간에게는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생각입니다. 이 생각을 키우는 것이 미래교육의 지향점이 되어야한다는 명견만리 팀의 조언은 옳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방송된 내용에 깊이를 더해 펴낸 것이 이 책이라고 합니다. 책 한 권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기는 힘들겠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정성 있게 파고 들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려 한 기획과 성의 있는 취재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길이 더 멀리 갈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보다 마음을 열고 함께 더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것만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읽으며, 문제 많은 현실이지만 더 나은 미래를 함께 준비하려는 선한 마음이 느껴져 고마운 마음으로 읽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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