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f7b26a9a763011ac4f52453a1251f44a75a4525c" />

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2. 1. 20:08
    728x90

     

    삶은 반복적이며 영원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일회성일 뿐일까? 이런 궁금증으로 시작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이십년 만에 다시 읽었다. 우리의 개별적인 삶은 직선이기 때문에 시작과 끝이 있으므로 한시적이다. 하지만 이 직선이 모여 커다란 원이 돼버린 인류의 영원성은 끝없이 반복된다. 이 영원성 속에 기억되는 것은 역사로 남지만 대부분은 존재하다가 망각되는 가벼운 삶을 살 뿐이다. 이 가벼운 삶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소설에서는 이런 질문을 시작으로 네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읽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토마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는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든, 미처 알지 못했든 그 사랑을 실천하며 산 인물이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알려면 말보다는 행동을 보라고 한 것처럼 토마시는 행동을 통해 그의 전부를 보여주었다. 토마시는 조건 없는 사랑에 가장 근접했는데, 그가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자신의 입장이 아닌 테레자의 처지를 생각하는 모습이 그랬다. 그 선택의 결과는 늘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그렇게 했다.

     

    토마시는 유능한 외과의사지만 편견 없이 가난한 까페 종업원인 테레자를 자신의 아내로 맞아들인다. 그리고 그 아내를 자신의 위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테레자의 남편에 걸맞게 내려가는 선택을 한다. 이 선택은 순수한 자의다. 토마시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테레자에 대한 연민이고, 그 연민은 테레자가 그녀의 개 카레닌에게 가지고 있는 깊은 사랑에 버금가는 거라고 보았다. 테레자는 자신이 남편인 토마스보다 개 카레닌과 더 절실한 사랑을 나누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사랑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 사랑 그대로의 사랑이었다.

     

    반면, 프란츠와 사비나의 사랑은 굉장히 현실적이며 이기적인 사랑으로 비춰진다. 들은 스스로 상대에 대해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막상 행동을 해야 할 때가 되면 자기중심적이 되어버리므로 이들의 사랑은 늘 허전하고 안타깝다.

     

    7부로 이어진 소설은 재미있게 잘 넘어간다. 길어야 서너 장 정도의 길이가 한 챕터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토마시와 테레자, 프란츠와 사비나가 두 번씩 반복적으로 등장하다가 마지막 7부에서는 테레자의 애완견 카렌닌의 일생을 다룬다.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은 바로 이 7부이고 그 중에서도 카레닌의 작명에 대해 나름대로 즐거운 해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 알다시피 카레닌은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안나의 남편이면서 고위관료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작가가 이 카레닌을 개의 이름으로 붙인 이유가 뭘까 혼자 생각해보다가 이 개야말로 행복한 삶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네 명의 등장인물 대신 카레닌을 통해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현재에 충실해야한다고 말하는 듯했다.

     

    일회적인 삶을 보다 잘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물음이 이 책의 서두라면 결국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삶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테두리를 넓혀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릴 때는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하고,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 가족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지만 그 좁은 틀 안에서 우리는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지 않는다. 결국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자신과 똑 같이 존중하는 삶이야말로 가볍지 않은 우리 삶의 진심이다.

     

    네 명의 등장인물과 한 마리의 개를 통해 인생의 방향을 이야기 해주는 이 책은 처음 읽었을 때보다 다시 읽어보니 더 좋았다. 나는 어떤 유형의 삶을 살고 있으며, 어떻게 내 삶은 마무리 될 것인가. 네 명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준 삶의 태도를 보며 나를 돌아본 묵직한 독서였다.

    728x90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