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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내가 읽은 시/내가 읽은 시집 2020. 12. 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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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제시

     

    이별의 원심력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대해

    더이상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당신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거짓이

    세상을 덮어버릴까 두려워서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파먹다가 안쓰럽게 부스러기가 되었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에서

    당신도 압축된 거짓을 사용했습니다

    서로 오래 물들어 있었던 탓이겠지요

     

    우리가 마주 잡았던 손도 결국은 내가 내 손을 잡은 것입니다

     

    우리가 만날 수 없는 것,

    그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인생의 절반이라는 시간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모릅니다

     

    나는 아이슬란드에 도착하려다 길을 잃습니다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냄새를 따라 내려서 그렇습니다

     

    광채는 사그라들고 공기는 줄어들고 나는 마비되었습니다

    이별의 원심력의 영향권에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제 사라지기 위해 아이슬란드 폭포에 와 있습니다

     

    바깥의 일은 어쩔 수 있어도 내부는 그럴 수 없어서

    나는 계속해서 감당하기로 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아이슬란드에 남습니다

     

    눈보라가 칩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만이 혼자인만큼의 서로를 잊게 될 것입니다

     

     

     

    기억하고 싶은 시

     

     

    몇 번째 봄

     

    나무 아래 칼을 묻어서

    동백나무는 저리도 불꽃을 동강동강 쳐내는구나

     

    겨울 내내 눈을 삼켜서

    벚나무는 저리도 종이눈을 뿌리는구나

     

    봄에는 전기가 흘러서

    고개만 들어도 화들화들 정신이 없구나

     

    내 무릎 속에는 의자가 들어 있어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앉지를 않는구나

     

     

     

    시인의 말

     

     

    어쩌면 어떤 운명에 의해

    아니면 안 좋은 기운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그만두었을지도 모를 시(詩).

     

    그럼에도 산에서 자라 바다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은 이 나무는,

     

    마음속 혼잣말을 그만두지 못해서

    그 마음을 들으려고 가는 중입니다.

     

    2017년 9월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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