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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홍준 : 저녁의 슬하
    내가 읽은 시/내가 읽은 시집 2020. 12. 3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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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제시

     

    슬하

     

    고인의 슬하에는

    무엇이 있나 고인의 슬하에는

    고인이 있나 저녁이 있나

    저녁의 슬하에는 무엇이 있나

    저 외로운

    지붕의 슬하에는

    말더듬이가 있나 절름발이가 있나

    저 어미새의 슬하에는

    수컷이 있나 암컷이 있나

    가만히

    몸을 두드리며 묻는 밤이여

    가만히 차가운 쇠붙이에 살을 대며 묻는 밤이여

    이 차가운 쇠붙이의 슬하에는 무엇이 있나

    이 차가운 이슬의 슬하에는

    무엇이 있나 이 어긋난

    뼈의 슬하에는 무엇이 있나

    이 물렁한 살의 슬하에는 구더기, 구더기, 구더기가 살고 있나

     

     

    기억하고 싶은 시

     

    저수지는 웃는다

     

     

    저수지에 간다

    밤이 되면 붕어가 주둥이로

    보름달을 툭 툭 밀며 노는 저수지에 간다

     

    요즘음의 내 낙은

    저수지 둑에 오래 앉아 있는 것

     

    아무 돌멩이나 하나 주워 멀리 던져보는 것

     

    돌을 던져도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는 저수지의 웃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 긴긴 한숨을 내뱉어보는 것

     

    알겠다 저수지는

    돌을 던져 괴롭혀도 웃는다 일평생 물로 웃기만 한다

     

    생전에 후련하게 터지기는 글러먹은 둑, 내 가슴팍도 웃는다

     

     

    시인의 말

     

    요즈음의 내 취미는 온갖 꽃을 따 차를 만들고

    온갖 나무를 깎아 무엇을 만드는 일,

    내 손으로 직접

    물고기를 잡는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

    내 발로 직접 어디를 가고 내 눈으로 직접

    무엇을 본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

    직접 귀신을 만나는 무당들에게 물어봐

    직접은 무모하고

    위험해

    직접은 힘들고 고달픈 거야

    간접은 편안하고 안락한 거야

    직접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시인이 되고 교사가 돼?

    간접은 지루하고 하품이 나

    직접이 재밌고

    직접이 즐거워

    내 피부로 직접 저 햇살 받는 행복!

    내 귀로 직접 저 물소리 듣는 기쁨!

     

    2011년 5월

    개양 언저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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