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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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날리니/류수열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18. 19:38
예전에 은행에 가면 입출금의 견본에 꼭 홍길동이란 이름이 적혀있었다. 홍길동. 정말 유명한 이름인데 막상 그의 얘기를 하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호부호형 하지 못하고~~ 손오공과 전우치와 맞먹는 분신술 정도. 마음먹고 이 책을 움켜쥐니 ‘아, 큰일났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책이 중학생용인데 책장을 넘기기가 겁이 난다. 잘 읽히지 않는 것이다. 다른 고전 소설처럼 너무 정직하게 옮겨 놓은 탓이다. 그래도 어째든 쭉 읽었다. 서울 홍 대감이 멋진 꿈을 꾸어 안방에 들어갔으나 대낮부터 안방 출입한다고 안방마님으로부터 무안만 당하고 사랑으로 건너온다. 꿈이 너무나 아까운 홍 대감 앞에 어여쁜 하녀 춘섬이 차를 끓여 온다. 홍대감은 꿈을 위해 춘섬을 끌어안고 이 때 태어난 아이가 홍길동이다. 홍 대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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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이금이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16. 22:58
나는 어른이지만 동화책을 좋아한다. 단순해서 좋고, 행복한 결말을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에 좋아한다. 하지만 그 따뜻한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늘 목이 메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오늘 읽은 이 책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미르, 소희, 바우는 가족에 대한 결핍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르는 부모님의 이혼, 소희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조손가정 아이, 바우는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신 아픔을 겪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시골 보건소 소장으로 내려온 엄마를 따라 월전리에 온 미르는 처음엔 자신에게 닥친 아픔만 볼 줄 아는 철부지였다. 이 책 속에는 아름다운 동시 세 편이 나오는데 미르를 표현한 동시가 바로 엉겅퀴꽃이다. 아하! 그랬었구나 나더러 그냥 이만치 떨어져서 얼굴만 바라보라고, 그러다가 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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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감상문)/ 이문열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14. 20:01
우리는 영웅을 기다린다. 일부는 자신이 영웅이 된다. 영웅의 조건은 여러 가지겠지만 일반 사람들이 기다리는 영웅의 역할은 자신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기대하게 만드는 사람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실의 결핍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야말로 대중들이 영웅을 기다리는 이유다. 이 책은 제목에서 영웅이 해야 할 바를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들의, 일단 영웅은 우리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영웅 자신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대중들을 위해. 그런데 일그러졌다. 즉 이 책에 나오는 영웅은 대중보다는 자신을 위해 대중을 착취해서 득을 보는 찌그러진 인물이라는 거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이 찌그러진 영웅, 엄석대의 존재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순종하며 그 아래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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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들주세요/앤드루 클레먼츠/사계절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10. 12:28
어린 시절 읽은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얼마나 오래도록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수많은 종류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정신을 북돋아주는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책을 고를 때 세 가지를 생각한다. 저자와 출판사와 책에 들인 정성. 정성이란 게 주관적인 것 같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은 비슷비슷해서 공들인 만큼 보이는 것 같다. 그렇게 고른 앤드루 클레먼츠의 창작동화 '프린들주세요'를 읽고 '청출어람'이란 사자성어를 떠올리며 책을 덮었다. 청출어람은 '쪽에서 뽑아 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비유'한다고 사전에는 풀이되어 있다. 닉은 기발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꽉 차있고 그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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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 민병일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5. 20:03
고릿적과 몽블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대비에 혹해 과감하게 이 책을 선택했다. 다들 몽블랑 펜이 주는 묵직한 그리움 하나는 있기 마련이지. 아직도 내 가방 깊숙한 곳에는 몽블랑 볼펜심이 하나 들어있다. 정작 몽블랑 펜은 잊어버린 지 오래 됐는데 미리 사놓은 볼펜심만 남아있어 이따금 볼 때마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는 편견이 있는 사람이다. 해서 시인이 쓴 산문은 언제나 신뢰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모호하다. 이 책의 작가도 시집을 두 권이나 낸 시인이라고 해서 문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읽었다. 역시 기대한 대로 문장이 좋았다. 이 책은 지은이가 독일 유학을 떠나 미학을 공부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독일의 벼룩시장을 순례하며 발견한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벼룩시장의 물건들을 통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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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엘윈 브룩스 화이트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4. 21:52
샬롯의 거미줄을 다시 읽었다.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우정의 거미줄"로 출판 된 것을 읽은 적이 있고, 그 후 몇 년 전에 이 책의 내용을 영화로 제작한 것을 보았다.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모르겠다. 아이들 책을 쭉 읽을 때면 성인용 책을 읽고 싶고, 성인용 책에 지칠 때면 어김없이 어린이 책에 손이 간다. 펀도 변덕스럽기는 나와 다르지 않다. 이 책의 시작은 펀이 무녀리 돼지인 윌버를 살리면서 시작된다. 어른들에게는 별 소용없어 보이는 무녀리 돼지지만 어린 펀에게는 자신과 똑같은 생명을 가진 소중한 존재였다. 단지 약하다는 이유로 죽어야 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아버지를 졸라서 윌버의 생명을 살린 펀. 그러나 그 펀도 머지않아 자신이 돼지 따위에게 관심을 가진 일을 부끄러워하고 유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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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3. 18:53
(2011년에 썼던 글이어서 시기가 맞지 않습니다. 당시 1박 2일의 열렬한 애청자로 갑자기 불거진 강호동 하차를 이 책과 연계해 쓰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되살아나 공유하고자 합니다.) KBS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은 국민예능이란 칭송을 들으며 오랫동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5년째 승승장구 중이던 이 프로그램이 최근 여론의 태풍에 휩싸이게 된 것은 메인 MC 역할을 하던 강호동 씨의 하차의사 때문이다. 국민예능프로그램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한동안 이 소식을 놓고 설왕설래했다. 일부는 강호동의 하차의사가 타당하다는 의견이었다.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충분히 프로그램을 위해 노력했고, 또 프로그램이 잘 될 때 하차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만큼 안주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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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안소영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2. 21:37
누구나 한 번쯤 무인도에 가져 갈 세 가지 물건을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무인도. 사람이 살지 않는 섬. 사방은 바다. 막막함. 그 때 나를 달래 줄 그 무엇이 뭐냐고 묻는 말. 무인도에 가져 갈 세 가지가 당신에겐 무엇입니까? 막막함을 느끼는 곳이 무인도라면 그 무인도는 어쩌면 바다 한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게 아닐까. 도시의 건물 안에서나 농촌의 논밭 한 가운데, 숲길 어디에서든 막막함이 몰려드는 때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무인도가 아닌지. 살아가면서 시시때때로 무인도처럼 나타나는 막막함을 우리는 무엇으로 이겨낼 것인가. 조선시대 문인이며 실학자였던 이덕무에게 세상은 늘 무인도였다.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곳을 바라봐야만 하는 서자의 운명 외에도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가난과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