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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 만드는 법오늘 한 끼 2020. 11. 10. 11:47
시골 와서 뿌듯함을 느낄 때는 100% 도토리묵을 직접 만들 때다. 도토리를 줍지는 않는다. 동네 어르신들이 가을 되면 재미로 줍는 도토리. 너도 나도 주워서 다람쥐들 먹이가 없다는 말을 듣기 전부터도 도토리를 주워 묵을 해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시골 오니 귀하다던 100% 국산 도토리가루가 천지다. 그리고 묵을 만드는 방법이 너무 쉬워 헛웃음이 났다. 작년에 사놓고 냉동실에서 한 번씩 꺼내먹던 도토리가루. 새 가루를 사기 전에 마저 해 먹으려고 오랜만에 묵을 쑤었다. 도토리묵 만드는 법 1. 종이컵 기준, 도토리가루1, 물 6을 섞는다. 2. 불에 얹어 가만히 저어준다. (나무 숟가락이나 나무 주걱 사용) 3. 엉기기 시작하면 조금 더 빨리 저어준다. 4.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3분정도 더 저어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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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 민병일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5. 20:03
고릿적과 몽블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대비에 혹해 과감하게 이 책을 선택했다. 다들 몽블랑 펜이 주는 묵직한 그리움 하나는 있기 마련이지. 아직도 내 가방 깊숙한 곳에는 몽블랑 볼펜심이 하나 들어있다. 정작 몽블랑 펜은 잊어버린 지 오래 됐는데 미리 사놓은 볼펜심만 남아있어 이따금 볼 때마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는 편견이 있는 사람이다. 해서 시인이 쓴 산문은 언제나 신뢰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모호하다. 이 책의 작가도 시집을 두 권이나 낸 시인이라고 해서 문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읽었다. 역시 기대한 대로 문장이 좋았다. 이 책은 지은이가 독일 유학을 떠나 미학을 공부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독일의 벼룩시장을 순례하며 발견한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벼룩시장의 물건들을 통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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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엘윈 브룩스 화이트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4. 21:52
샬롯의 거미줄을 다시 읽었다.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우정의 거미줄"로 출판 된 것을 읽은 적이 있고, 그 후 몇 년 전에 이 책의 내용을 영화로 제작한 것을 보았다.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모르겠다. 아이들 책을 쭉 읽을 때면 성인용 책을 읽고 싶고, 성인용 책에 지칠 때면 어김없이 어린이 책에 손이 간다. 펀도 변덕스럽기는 나와 다르지 않다. 이 책의 시작은 펀이 무녀리 돼지인 윌버를 살리면서 시작된다. 어른들에게는 별 소용없어 보이는 무녀리 돼지지만 어린 펀에게는 자신과 똑같은 생명을 가진 소중한 존재였다. 단지 약하다는 이유로 죽어야 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아버지를 졸라서 윌버의 생명을 살린 펀. 그러나 그 펀도 머지않아 자신이 돼지 따위에게 관심을 가진 일을 부끄러워하고 유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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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국산들깨 시세텃밭 이야기 2020. 11. 3. 19:17
농산물은 동네마다 시세가 다릅니다. 소비자들은 좋은 물건을 싸게 사고 싶어 하고판매자는 가진 것을 어떡하든지 다 팔되 좋은 가격을 받고 싶어 합니다.들깨는 몇 년 동안 시세가 변하지 않은 농산물이었습니다.이사 온 2013년부터 작년까지 한 되에 만 원이었습니다.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졌습니다. 흉작이어서 들깨가 귀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시골이라고 언제든 농산물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수확할 즈음 대부분 판매를 해버립니다. 해서 수확시기가 좀 지나서 찾으면'없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들깨는 몸에 좋다고 찾는 사람이 많은 작물입니다.지인이 여름부터 들깨 두 되를 부탁했는데 어제 동네에 물어보니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할 수 없이 우리가 가진 것을 팔기로 했습니다. 올해 우리 텃밭에서 나온 들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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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3. 18:53
(2011년에 썼던 글이어서 시기가 맞지 않습니다. 당시 1박 2일의 열렬한 애청자로 갑자기 불거진 강호동 하차를 이 책과 연계해 쓰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되살아나 공유하고자 합니다.) KBS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은 국민예능이란 칭송을 들으며 오랫동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5년째 승승장구 중이던 이 프로그램이 최근 여론의 태풍에 휩싸이게 된 것은 메인 MC 역할을 하던 강호동 씨의 하차의사 때문이다. 국민예능프로그램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한동안 이 소식을 놓고 설왕설래했다. 일부는 강호동의 하차의사가 타당하다는 의견이었다.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충분히 프로그램을 위해 노력했고, 또 프로그램이 잘 될 때 하차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만큼 안주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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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안소영내가 읽은 책/리뷰 2020. 11. 2. 21:37
누구나 한 번쯤 무인도에 가져 갈 세 가지 물건을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무인도. 사람이 살지 않는 섬. 사방은 바다. 막막함. 그 때 나를 달래 줄 그 무엇이 뭐냐고 묻는 말. 무인도에 가져 갈 세 가지가 당신에겐 무엇입니까? 막막함을 느끼는 곳이 무인도라면 그 무인도는 어쩌면 바다 한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게 아닐까. 도시의 건물 안에서나 농촌의 논밭 한 가운데, 숲길 어디에서든 막막함이 몰려드는 때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무인도가 아닌지. 살아가면서 시시때때로 무인도처럼 나타나는 막막함을 우리는 무엇으로 이겨낼 것인가. 조선시대 문인이며 실학자였던 이덕무에게 세상은 늘 무인도였다.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곳을 바라봐야만 하는 서자의 운명 외에도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가난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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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마당개) 겨울나기반려견 이야기 2020. 11. 2. 19:14
추위를 많이 타는 우리 집 반려견 산이. 천둥소리를 무서워해 날이 궂으면 집안으로 달려온다. 바람이 세게 불어도 어느새 현관 앞에 달려와서 서성인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산이는 집안으로 들어와 거실에서 지낸다. 그리고 나머지 날들. 요즘처럼 조금 평온한 날에는 제 집에서 지낸다. 산이 견사는 마당 한 귀퉁이에 있다. 거실에서 다리를 쭉 뻗고 지내는 버릇이 있어 좁은 제 집에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번 겨울에는 거실에 들어오지 않고 제 집에서도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려고 비닐하우스를 뜯은 두꺼운 비닐 세 겹으로 비닐 집을 만들어 주었다.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 주었는 데 산이는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외출할 때만 견사 안에 갇히는데 그 짧은 시간만 제 집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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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난은/천상병내가 읽은 시 2020. 11. 2. 10:55
어제 남편이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요즘 너무 운이 좋아서 조금 불안할 지경이라고 했다.)올 봄에 화목난로를 설치한 뒤부터 최근까지 나무를 양껏 할 수 있는 형편이 좋고경제 사정도 생각한 것보다 무난하게 흘러가서 행복하다고 한다.남편 말대로 근처에서 저수지 공사를 하기 때문에 당분간 나무를 능력껏가져오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작년엔 기름보일러만 사용해서 집안 온도가 19~20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지금은 난로로 바닥의 물까지 순환시키면서 25도를 유지하고 있다.어젯밤에 난로 옆에서 귤을 까먹고 책을 보면서 나 역시 편안하다고 느꼈다.문득 천상병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으로 시작하는 시다.월요일 아침, 이 시 구절에 기대 나의 가난을 이야기 해보고 ..